다인 이야기/소소한 일상

20110312 - 밥은 제대로 먹었어요... ^^

네보 2011. 3. 12. 12:39


새벽동안 추위에 지친 유진이하고 지민이네가 집에 물이 나온다고 하는
다른 유학생부부 집으로 가고, 7시쯤 아침으로 물과 크래커가 나왔어요.
이건 점심으로 나온 미역밥.. 소화잘되고 배설을 최대한 억제하는 비상식이라고 하더군요.
먹을 생각이 없어서 보온되라고 이불속에 묻어뒀는데 저쪽 문에서 들어오는 은실씨..
지훈이네, 아령이네, 김성훈씨네... 아는 얼굴들이 보이니 넘 반갑더라구요~
아이들 먹일게 없었는데 다행히 묻어둔 이 밥을 먹이고 얘기들 나눴어요. 
다행히 오늘은 눈도 안오고 햇빛도 쨍쨍~ 날씨가 좋아서 기분도 좀 밝아졌어요.


우리동네에서 제일 높은 아파트... 여기만 물이 나왔어요...
다인이가 화장실 간다고 할때 여기 들렀다가 야마자와 열었나도 봤는데 전혀~


오히려 우리집쪽은 멀쩡하고 나중에 지어진 이 아파트 바닥은 이렇게 들려있더라구요.


저렇게 현관문 앞이 한줄로 쭉~ 깨졌어요...
야마자와 다녀오다 급수차가 체육관 앞쪽에 서있는걸 발견하고 얼른 줄 서서 물 받아오고,
아빠도 받아오게 시키고... 나중엔 사람이 많아져서 못받았다고 하더라구요.
체육관은 안심은 되지만 너무 추워서 도저히 잠을 못잘것 같아서
날 밝을때 집 정리를 하러 2시간 반 정도 혼자 집에 다녀왔어요.
깨진 유리를 손바닥으로 쓸면서 치우다가 찔리기도 하고, 산더미같던 책들도 치우고
여진이 어찌나 크게 오던지 기껏 정리한게 다시 떨어지기도 하고 ㅠ.ㅠ

그래도 주방과 안방쪽은 대충 움직일 수 있을 만큼은 치워져서
날이 더 어두워지기전에 다함께 집으로 귀가~ 해가 금방 떨어지네요.
근처 공원에서 물이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얼른 가서 또 물을 떠왔지요.
이런 때 가장 귀중한건 역시 물이거든요~

완전 깜깜한 방안... 전기가 이렇게 소중한 것일 줄이야....
촛불 켜고 부루스타에 라면과 스파게티를 끓여먹으니 이렇게 맛날 줄이야~ 이게 바로 천국!
다인양은 배부르게 먹고 이요깡까지 2개나 까먹더니만
엄마보고 옆에 오라 하는걸 라디오 건전지 찾느라 왔다갔다 하는새
조용해져서 쳐다보니 혼자 코골고 있더라는~ 정말 다 컸구나...
어제 지진때는 tv가 떨어지니까 "흔들흔들해서 테레비가 떨어졌어~ 정리해야해~"
울면서 얘기하더니... 많이 힘들텐데... 그래도 징징거리지 않고 잘 참고 있다는 ㅠ.ㅠ

아빠는 저녁 배식 도와주러 체육관 갔다가 건빵과 바나나를 받아왔어요.
이제는 비축해둔 식량이 없어져서 가족당 건빵 한캔, 바나나 한개밖에 없다 하더라구요.
먹을거 좋아하는 아빠와 다인이 덕에 울집엔 먹을게 종류별로 다양하게 쌓여있었고,
평상시 지진대비용으로 생수에, 5년 보존용 물도 몇개씩 둬서
일주일정도는 보급 없이 충분히 버틸 수 있을 정도라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추워서 오리털 점퍼에 모자까지 쓰고, 극세사 이불 깔고, 이불 몇겹씩 덮고 누웠지만
그래도... 다리 쭉 뻗을 공간, 문열릴때 들어오던 찬바람이 없으니 정말 살 것 같았어요.

새벽에 계속되던 여진..
피난소에서 봤던 신문에서 후쿠시마 원전 누출사고 얘기에 걱정되는 영호네,
쓰나미로 궤멸된 지역 근처에 사는 미키네,
아침에 다른 곳으로 간 유진이네, 다른 센다이맘과 아이들 걱정에 잠도 제대로 안오고
여진에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대지진 이틀째 밤은 지나갑니다...
화장실 간다고 새벽 5시반에 일어나던 다인양, 정말...... 다 컸어요~ ^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