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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 이야기/소소한 일상

20110313 - 피난생활 3일째... 다인양은 뭘할까?

by 네보 2011. 3. 13.

아침에 화장실 물 내리려다 어제 받아온 6L짜리 비닐팩 하나를 홀라당 날려버린 아빠~
소심해서 그래... 걍 콸콸 붓고 한번에 쫙 내렸음 됐을걸 찔금 넣고 안내려가니 또 찔끔 넣고
이걸 반복하니 아깝게스리 물만 낭비.. 내려가지도 않고 흘리고 물은 없고 ㅠ.ㅠ
냉동실에 있던 에다마메와 죽을 끓여서 아침으로 먹고,
아빠는 물찾아 삼만리. 어제 판다공원에서 나왔는데 오늘은 안나온다더라구요.

베란다에서 다인양은 비눗방울 놀이를 했어요. 해는 따뜻한데 바람은 불고..
물뜨러 간 아빠, 시간이 너무 걸려서 걱정되어 찾으러 나갔다가
차타고 돌아오는 유진이네가족 발견! 다행히 유진아빠랑 만나서 어제 영사관에 있었대요.
어찌될지 모르니까 우리도 영사관으로 가라고 했는데 차에 기름이 간당간당해서
기름 채우기 전엔 무모하게 움직이기도 어렵고 ㅜ.ㅜ

다이아 저수탱크에서 물을 나눠받았어요. 원랜 주민들이 쓰는건데 이런 상황에서
나눠써야하지 않겠냐면서 급수밸브를 열어주더라구요... 정말 고마웠다는~
낮에는 전기 가스 없어도 많이 불편하지 않았는데 물이 정말...... --;;;;
먹을 물과 사용할 물이 이렇게 귀중하고 이렇게 무거운건지 처음 알았어요.
6L짜리 양손에 나눠들고 4층 계단을 왔다갔다 하려니 으..... 
 
오늘은 대피소에서 점심이 안나온다고 하더라구요. 자위대에서 물품공급차 온다고 하던데
길이 어떨지 몰라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고 다들 걱정하더라구요.
아령이네 만나서 얘기하고 대피소에서 신문도 보고 시간도 때우다가
다인이가 배고프다고 해서 집으로 다시 컴백... 
있던 재료들로 밥 차려주고 다시 대피소로 돌아오던 길에...


어떤 분이 차 트렁크에서 물건을 내리는 걸 보고
지금 쇼핑 가능한 곳이 있는지, 주유소 연 곳이 있는지 물어봤지요..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건 차에 기름을 넣는 거였거든요..
저스코가 문을 열긴 했는데 줄이 장난 아니고, 주유소에 차가 100대는 늘어섰다고..
근데 저녁때 잘하면 전기 들어올지 모른다는 얘기가 있다더라구요. 완전 기쁨!!

옆에 있던 다인이를 보고선 애가 먹을건 있냐면서 주섬주섬 이런걸 챙겨주더라구요.
이런 재난상황에서 자기들 먹을것도 없을텐데, 
게다가 외국인한테 이렇게 선뜻 나눠주니 얼마나 고맙던지..
역시 모니와다이 사람들은 마음이 따뜻해요~ 정말 감사합니다!!


다인이는 집에서 가져온 스케치북에 그림 삼매경입니다~ 얼마나 많이 그렸는지 몰라요.


이건 3일만에 설치된 간이화장실입니다~
옛날 시골에서 쓰던 푸세식 화장실이랑 비슷해요 ㅎㅎ


어제 받았던 급수차는 니가타에서 온거였는데... 물받는 줄이 엄청 길어요..
오늘은 다행히도 아침과 점심때 여기저기서 물을 많이 받아놔서 좀 안심 ^^

야마자와가 열렸나 가봤던 아빠, 1시간 넘게 기다렸다가 돌아왔는데 라면은 없대요~
한국 나갔을 때 금방 동경으로 이사갈거니까 고민하다 못사온 라면 한박스가 어찌나 아쉽던지 ㅜ.ㅜ
그걸 사왔음 한달은 버텼을텐데... 아까비~

피난소에서 들은 말로는 비정기적으로 버스도 운행되고 있고, 전기 기사가 왔다갔다 한다면서
조만간 전기가 복구될거 같다고 하네요. 모니와다이쪽은 비교적 피해가 적대요.
시내와 연결된 길도 비교적 멀쩡하고 단지 전체에 무너진 곳도 없어서요.
쯔나미 때문에 해안가 마을들은 완전 궤멸상태라 그쪽은 접근도 못한다고 하더라구요.
시내에선 전화가 가능하다고 하니까 낼은 마음먹고 시내로 나가보기로 했어요.
부디 차에 기름을 넣을 수 있게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