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에/서/의/상/념...
밑의 글은 아주아주 옛날에 동호회 게시판에 올린 글입니다..
몇개 쓴 적도 없지만 그나마 남아있는게 이 글 밖에 없네요 --; 미리미리 갈무리 해둘껄..
( 부제 : 자신의 마음 속 들여다보기 )
내 스스로는 음악듣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최근에 음악회를
가본 기억이 없는 것으로 보아 과연.. 내가 음악듣기를 좋아하는
건지.. 그리고 과연.. 음대출신인지.. 의문스럽던 차에...
우연치 않게 갑자기 친구연락을 받고 예술의 전당에 가게 되었다.
가기 전까지는 무슨 공연인지, 누가 출연하는 지 전혀 몰랐었다.
아무튼... 그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팜플렛을 뒤적이다가 오늘의
연주 곡목이 주로 협주곡이고, 현악 5중주 중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순간에.. 느/낀/건.. '흐.. 좀 졸립겠다~~ (흑흑~~)'
현악기 특유의 그 깽깽~ 거리는 듯한 소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특히 바이올린) 나로서는 저런 결론을 내리는 것이 당연한 결과
였지만 연주는 시작되었고, 현악 합주도 들을만 하군..하면서 잘
듣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흠칫!! 놀라고 말았다..
왜냐하면.. 협연자의 실수를 하나하나 꼬집어내고 있는 내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음정의 높낮이, 박자의 변화, 연주자와의
호흡 등등.... 음악 전체의 분위기나 악상을 중심으로 듣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협연자의 부분적인 실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하아.. 이걸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건지 당황스러웠다.. 부분을
강조하다보면 항상 전체를 보기 힘든 법인데... 조금은 이상한
진행이지만, 자연스럽게 내가 다른 사람을 볼 때도 이런 식으로
판단을 내리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옮겨졌다..
단지 눈에 보이는 사실 만을 가지고 한 사람을 판단하고, 들리는
소리에만 의존해서 그 사람의 마음을 짐작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눈에 보이거나, 귀에 들리는 것들은
상대방의 아주 작은 한 부분에 불과할 텐데 말이다..
그러면서 난 오랜친구와 함께한 여행을 어느덧 떠올리고 있었다.
무작정, 뭘 하겠다는 생각없이 떠난 여행이었지만,그동안 조금은
멀어진 듯한 친구와 단둘이 갔던 여행..
혹시 밤에, 그리고 막히는, 비오는 날의 고속도로에 가본 경험이
있는지???? 무서워 하는 일은 보통 눈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나 이지만 그날은 왠지 무서웠다. 빨간색브레이크등이 길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을 보면서 두려움을 느꼈었다..거리상으로는
아주 가깝지만, 옆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멀게 느껴졌었다..
그리고 새벽에 같은 침대에 누워서 친구가 잠들 때까지 내가 했
었던 이야기, 다음날 선배언니네 집에서 날이 샐때까지 도란도란
나누었던 이야기 등등..이 떠오르면서 난 이미 음악에 집중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그 여행에서 난 '감정의 절제'라는 이야기를 들었었다..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일을 너무나 절제하기 때문에, 상대방에
게는 왠지 벽을 느끼게 한다는..그 벽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네게
가까이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으니, 조금 더 마음을 열라는....
다른 사람과 인간관계를 맺을때 끝을 먼저 생각하고,그 사람과의
관계를 머리 속에서 미리 규정 짓기 때문에, 시작을 어렵게 생각
하는 건 아니냐는 그런 내용이었다..
과연 내가 그런 것인가하는 의문이 머리에 남아 잠을 설쳤었는데
왜.. 이 순간에 갑자기 그 생각이 떠오르느냐.. 이말이다!!
그러나 뒤집어 보니, 조금은 다른 생각이 들었다... 친분이 있는
사람조차 내가 보여주는 모습만을 보고자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상대방이 보여주는 모습은 그 사람을 판단하는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면에는 상대방의 다른 감정들이
숨어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만약 내가 보여주지 않는 부분들을
느낄 수 없다면, 그 사람은 진정으로 나의 본모습을 알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데까지.. 도달하고 말았다.. 하하.. ^^;
나의 또다른 오랜 친구... 성격이며 행동이며 사고방식이며 어쩜
그렇게 정반대인지(^^;).. 친구로서 오랜 시간을 같이 해왔다는
사실조차 의문일 정도로.. 그렇게 다르지만 최소한 난 그 친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있다..어떻게 아는지는 설명할
수 없지만,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모습과는 다른 것을...
부질없는 바램일지도 모르지만,난 이런 사람(이성이든 동성이든)
을 무의식 중에 바라고 있기 때문에, 굳이 말이나 행동으로 나의
감정들을 보여주려 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나. 하지만 인간관계는
쌍방간의 관심과 대화에 의한 이해를 토대로 이루어 진다고 말하
면.. 역시 적당히 대답할 말은 없군..모르겠다, 그냥 넘어가자..
아무튼,아마도 내가 고속도로에서 두려움을 느끼게 된 것은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때 당시 주변에 사람은 많았지만, 정작
나와 통하는 그러한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
그러면서 다시 생각은 '별'을 보았던 예전 일로 옮겨지고 있었다.
서울 하늘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별을 장흥에 놀러 갔다가 본
기억이 났다... 세상에..하늘에 그렇게 많은 별이 있을 줄이야..
별자리 이름이야 들어봤지만, 실제로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또 달리는 차안에서(참으로 신기하게도 ^^;) 비록 날씨가 흐려서
많지는 않았지만, 별을 봤던 기억도 났다..
타인의 마음도 흐린 하늘의 별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내가 볼
수 없다고 해서(그것도 분명히!) 아예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없고
가려져 있다고 해서 원래의 반짝임이 덜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협연자의 작은 실수가 어느정도 그 사람의 실력을
평가하는 데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음악의 본질
에 문제가 있다고는 말할 수 없지 않은가..
아하... 이제야.. 결론에 도달했군.. 난 오늘 즐기러 온 것이지
실력 평가하거나, 따지러 온 것이 아니다.... 옆에 친구가 앉아
있는게 즐겁고, 오랜만의 음악회라서 즐겁고, 또한 긍정적인 결
론에 도달한 사실이 즐거운 것이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휴식시간이었다...한 곡의 절반가량과 다른
한 곡을 놓친 것은 아쉬웠지만, 마지막 곡과 앵콜 곡은 참으로
유쾌한 기분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이제부턴 사물이나 사람을 평가할 때 조금은 관대한 시선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확신도 잠시뿐.. 흑흑... 집에 오는 버스
안에서 떠드는 아이들을 보면서, 난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아웅.. 이래서 난 작심삼일... 아니지, 작심한시간도 안되는군..